부산에서 지난달 31일 대동맥박리 환자가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가 사망하는 사고가 또 다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6일 50대 대동맥박리 환자가 부산 내 수용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한 사건이 벌어진 뒤 닷새 만에 똑같은 일이 발생한 것이다.
17일 경남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4시 9분께 60대 여성 A씨가 가슴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신고 14분 뒤인 4시 23분께 도착한 소방은 A씨에 대한 응급조치를 하면서 동시에 진료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방은 A씨를 수용할 병원을 구하지 못했다. 당시 구급대원은 A씨의 자녀에게 “병원 10여곳을 알아봤는데 진료할 수 있는 곳이 없어서 계속 알아보고 있다”며 “(가까운) 부산 쪽으로 알아보겠지만 안되면 창원이나 멀리까지 갈 수도 있다”고 전했다.
신고지로부터 가장 가까운 Y 대학 병원을 포함한 6곳의 병원에선 “병상 없음, 진료할 의사 없음” 등을 사유로 ‘수용 불가 통보’를 받았다. 특히 Y 대학병원의 경우 소방이 여러 차례 수용 가능 여부를 물어봤으나 모두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A씨를 실은 구급차는 1시간가량 어떤 병원으로도 이동하지 못했다.
결국 오후 5시 18분께 부산 동래구에 위치한 D 종합병원으로 이동했다. A씨의 신고지로부터 차량으로 30분가량 거리로, 거리로는 22km 떨어진 곳이었다. A씨를 받아주는 곳은 이곳 뿐이었다.
D 병원에 도착한 시각은 신고 시각으로부터 1시간 16분 뒤인 오후 5시 25분이었다. 하지만 A씨는 2시간가량 제대로 된 진단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A씨는 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후 피 검사, 혈압 검사 등 몇 가지 검사만 받은 채 병원 측으로부터 퇴원을 권유받았다.
A씨와 그의 가족이 “가슴이 너무 아프다”며 병원 측에 CT 검사 등을 요구하고 나서야 병원 측에선 CT 검사 등을 추가로 진행했다. A씨는 이 과정에서 '대동맥박리’를 진단 받았다.
대동맥박리 수술이 불가했던 D병원은 A씨를 부산 서구의 B 대학병원으로 전원시켰다. A씨는 신고 시각으로부터 4시간 가량이 지난 오후 8시 20분께 B 대학병원에 도착했다.
도착 직후 곧바로 수술실에 들어갔지만, A씨는 수술에 들어가기도 전에 심정지 판정을 받았다. 의료진이 20분가량 심폐소생술을 진행했지만, A씨는 결국 당일 오후 10시 15분께 사망진단을 받았다.
A씨의 사망 원인은 대동맥박리였다. 대동맥박리는 대동맥 혈관 내부 파열로 인해 대동맥 혈관 벽이 찢어져 발생하는 질환이다. 골든타임을 지키는 게 중요한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응급실 뺑뺑이로 인한 ‘대동맥박리 사망’ 사고는 A씨의 사망 불과 닷새 전에도 발생한 바 있다. 지난 3월 26일엔 부산 거주 50대 심정지 환자가 응급실을 찾지 못해 15곳의 병원에서 거부당하고, 울산으로 이송됐지만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15/0004973964?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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